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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문학

괭이부리말 아이들 – 사람이 희망이다

by Bon ami 2020. 7. 27.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출판사 창작과 비평사



괭이부리말은 어떤 마을인가요?

괭이부리말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이다. 지금 괭이부리말이 있는 자리는 원래 땅보다 갯벌이 더 많은 바닷가였다. 그 바닷가에 고양이 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었다. 호랑이까지 살 만큼 숲이 우거진 곳이었다던 고양이 섬은 바다가 메워지면서 흔적도 없어졌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 곳은 소나무 숲 대신 공장 굴뚝과 판잣집들만 빼곡히 들어 찬 공장 지대가 되었다. 그리고 고양이 섬 때문에 생긴 괭이부리말이라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P.9

괭이부리말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 내몰릴 대로 내몰린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달동네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는 게 힘겨운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여전히 쑥스러워하는 명희를 보고 영호도 한마디 했다. “우리 집에 오면 누구든 밥 먼저 먹어. 우리랑 친해지려면 밥부터 먹어야 되거든.” “맞아요, 우리도 여기 처음 왔을 때 밥부터 먹었어요. 그 때가 밤 11시였거든요. 그런데도 삼촌이 밥을 먹으라고 그러더라구요.” 동수는 여전히 싱글벙글했다.P.154~155

정을 나누며 한 식구가 된다는 의미 아닐까요? 원래 식구라는 말도 함께 한솥밥을 먹는다는 데서 나왔다고 합니다. 식구가 가족을 의미하는 이유는 가족이란 함께 먹을 것을 나누는 사이라는 뜻입니다. 11시에 영호 네에서 밥을 먹음으로써 명희 쌤도 식구라는 굴레(?)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됩니다. ㅎㅎ




왜 명희 쌤은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명희는 동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수가 명희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고 느꼈다. 어쩌면 단단한 빗장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있던 것은 동수가 아니라 명희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P.165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봉사를 하면서 도움을 줬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명희 쌤,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기에 바빠 옆은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명희 쌤, 명희 쌤은 이제야 영호네 식구를 통해 나눈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 가고 있는 중입니다. 진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아버지, 듬직한 형, 착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명희는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자신에게 물었다. 아직도 좋은 아버지가 되고, 듬직한 형이 되는 것이 작고 보잘 것 없는 꿈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직도 착한 사람으로 사는 건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명희는 또 숙제가 밀린 아이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P.228

좋은 아버지, 듬직한 형, 착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것은 그냥 되는 걸까요?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리가 평화롭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 아래에서 부지런히 쉬지 않고 오리발을 젓듯이, 이런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한 부단한 투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유혹과 싸워 이긴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 사회의 건강한 일원이 되기 위해 애쓰는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대단한 투..... 대단한 사업가, 대단한 예술가, 대단한 정치가, 혹은 대단한 그 무엇보다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좋은 아버지, 듬직한 형, 착한 사람이 되는 일은 대..한 일입니다.

민들레에게..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고 나왔니? 외로웠지? 그래도 이렇게 싹을 틔우고 나오니까 참 좋지? 여기저기 친구들이 참 많다. , . 여기 우리 공장 옆에도, 저기 길 건너 철공소 앞에도 네 친구들이 있잖아. 나도 많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친구들 덕분에 이젠 괜찮아. 우리 친구하자. 여기가 좀 좁고 답답해도 잘 자라라. 아침마다 내가 놀아 줄게.”P.271~272 동수의 말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부모가 버린 아이 동수. 동네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무시당하던 아이 동수. 동수는 민들레처럼 긴 겨울을 견뎌냈습니다. 버림받기만 했던 동수가 영호 삼촌을 만나 긴 겨울을 견뎌냈습니다. 드디어 동수 인생에 봄이 왔나 봅니다. 동수에게는 민들레 친구들이 많습니다. 영호 삼촌, 명환이, 숙자, 숙희, 명희 쌤, 호용이, 숙자 엄마... 아 참, 공장장 아저씨도 있네요, 동수가 존경하는..

동수는 이제 일꾼이 다 됐습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교복을 곱게 걸어 놓은 후, 걸레를 들고 기계를 닦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 , , , 봄이 왔어요그렇습니다. 동수의 삶에도 이 찾아 왔습니다.

동수를 바꾼 것은 무엇일까요?

영호 삼촌의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본드를 하다 감옥에 들어갔을 때, 사식 넣어달라면 사식 넣어주고, 간식 넣어 달라면 함께 수감된 15명 간식까지 다 넣어주는 영호 삼촌에게서 자신을 무조건 다 받아준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호 삼촌에게 퉁명스레 대한 것도 또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조건 없이 사랑받을 때 사람은 달라집니다. 모든 걸 다 줄 때, 모든 걸 다 얻을 수 있다는 역설.. 한 사람이 나에게 오는 것은 온 우주가 오는 것이다. 이런 말이 떠오르는군요. ㅎㅎ

동수는 어떤 아이였나요?

원래는 착하고 공부 잘하는 얌전한 아이였습니다. 동네에서 늘 따돌림을 당하다가 동수와 동준이를 못살게 굴던 애와 싸워 이긴 뒤로 동수가 만만치 않은 애라는 소문이 난 게 동수 인생의 작은 터닝 포인트입니다. 더 이상 무시당하지도 않고 따돌림 당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뒤 살아남는 방법은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집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지도 않았고 공부 잘 하는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것도 겁을 내기보단 더 자유롭고 편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영호 삼촌이 보호자처럼 잘해 줄 때도 일부러 틱틱거리며 거칠게 대합니다. 그러나 속마음은 영호 삼촌에게 마음을 주었다 또 버림받을까 두려워합니다. 늘 버림만 받아왔던 동수이기에..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동수는 영호 삼촌을 믿게 됩니다. 자기를 버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동수는 달라집니다.

영호 삼촌은 왜 아이들의 삼촌이 되었을까요?

엄마가 돌아가신 뒤 홀로 남아 너무도 외로웠기 때문입니다(영호 삼촌 스스로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아이들을 돌보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인데 아이들까지 돌보게 되어 내가 왜 고생을 사서 하나하고 신세 한탄을 하다가도, 아이들이 없었다면 혼자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삼촌으로 사는 것이 힘들면서도 기쁘고, 힘나고, 행복하고 든든했습니다.

영호 삼촌은 어떤 사람인가요?

천성적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 마을에 불이 났을 때도 불난 집 친구들이 걱정돼 구경 나오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 서리까지 하얗게 내리는 날씨에 벌벌 떠는 노숙자에게 술 먹을 줄 뻔히 알면서도 밥값을 주는 사람, 일자리가 없어 돈도 벌지 못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장가갈 자금으로 쓰라고 붓던 적금을 깨어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 참 대책 없는 사람입니다. 그 대책 없는 그가 여러 사람을 살립니다(대책 없는 그의 따뜻함에 박수!!).

동준이는 동수와 어떻게 다른가요?

동수보다는 마음에 여유가 있고 밝습니다. 그건 다 형 동수가 울타리가 돼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동수는, 어떻게 해서든 동준이는 자기가 데리고 있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동준이가 물들까봐 나쁜 친구들을 절대로 집에 데려 오지 않았고, 본드를 할 때에도 다른 아이들하고 어울려 하지 않고 다락방에서 혼자 합니다. 그 덕에 동준이는 건강한 마음을 건사할 수 있었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동수와는 달리 동준이에게는 형이라는 든든하고 따뜻한 보호자가 있었던 거죠.

명환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명환이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견딜 수 없어 집을 나온 아이입니다. 말을 더듬고(말을 더듬는 이유도 폭력적인 가정환경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착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합니다. 맞서 싸우는 동수와 달리 여리고 착하기만 한 명환이입니다(동수는 그런 명환이가 가엽기도 하고, 자기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라 여겨 친구로 지내며 보살핍니다. 그러다 자기보다 영호 삼촌을 더 믿고 따르자 배신감과 서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명환이는 따뜻한 가정을 몹시 그리워합니다. 그래서 자기를 거두어 주는 영호 삼촌 곁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어눌하고 부족한 아이지만 명환이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드디어 요리를 통해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명환이.. 하느님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만드시지 않으셨습니다..

숙자는 어떤 아이인가요?

속이 너무 깊어 항상 표현이 한 박자 늦는 아이입니다. 엄마는 그게 서운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엄마의 빈자리 때문에 상처가 깊고 두려움이 큰 아이입니다. 남에 대한 배려심 때문에 힘든 일을 옴팍 뒤집어쓰고도 꾹꾹 눌러 참는 아이입니다.(그래서 이런 숙자가 가여워 동준이는 숙희를 미워합니다.)

숙희는 어떤 아이일까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아이입니다. 상대방을 생각하기보다 자기 입장에 충실합니다.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고 산다는 면에서 얄밉기도 하지만 속 시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는 숙희 같은 마음도 일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존감의 시작은 자기애自己愛이니까요.

호용이는 왜 그렇게 식탐이 많을까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 때문입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마음의 허기가 엄청난 식탐으로 나타났습니다. 엄마의 정이 부족한 호용이는 명희 쌤에게 엄마를 느낍니다. 그래서 명희 쌤에게만 딱 달라붙으려고 합니다. 명희 쌤 껌딱지가 된 거지요. ㅎㅎ

김명희 선생님의 변화에서 무엇을 느꼈나요?

남보다 잘 살기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명희 쌤. 그래서 어린 시절 괭이부리말에 대한 추억이 없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야 자신이 어릴 적이나 사춘기 때나 모두 헛산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뒤돌아 볼 추억이 하나도 없습니다. 동네 사람과 나눌 추억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명희 쌤을 보건데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은 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옆도 돌아보는 삶, 옆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삶이 잘사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리더란 무엇일까요?

성장 과정에서 명희 선생님은 잘나가는 모범생이었고, 영호 삼촌은 존재감 없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영호 삼촌에 이끌려 명희 선생님의 삶이 달라졌습니다. 왜 잘난 명희 선생님이 그저 그런(평범한) 영호 삼촌에게 이끌리게 되었을까요? 사람을 이끄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인가 봅니다. 명희 쌤은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 영호 삼촌은 마음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영호 삼촌의 못 말리는 따뜻한 마음이 명희 쌤을 다른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 생긴다면 그 사람은 온 마음을 다할 것입니다. 온 마음을 다하니 능력이 좀 부족해도 길을 찾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작이 반인가 봅니다.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것(위기철-아홉 살 인생 중에서)’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사람끼리 모여 내일을 만들어 갑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사람이 희망이고, 미래고, 솔루션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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